[노무사신문=정봉수노무사 대표기자]
■ 비행기 추락사고와 관련된 문화적 차이의 비밀
첫째, 1997년 8월 6일 오전 1시 42분경 대한항공 여객기가 괌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험악한 날씨로 인한 시계 불량과 조종사들의 누적된 피로 등으로 인하여 활주로를 벗어나 공항 인근 야산에 추락하여 탑승객 254명 중 228명이 사망하였다. 당시 조종사들은 기상악화로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착륙을 시도하였다.
기체가 하강하면서 지표근접 경보장치가 500피트 경보음을 알렸을 때, 부기장은 “착륙, 포기합시다.”라고 기장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는 ‘권유’ 방식의 어조였다. 기장이 즉시 대처를 하지 아니하자 부기장이 “안보이죠, 착륙 포기”를 말하자 그때서야 기장이 착륙 포기를 결정하였다. 이러한 사이에 기체는 하강하여 추락하고 말았다. 만약 부기장이 긴급한 상황에 맞추어 “착륙, 포기합시다.”라는 권유의 방식이 아닌 “착륙 포기”라는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면, 긴급한 상황에 즉시 대처하여 항공기 추락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2001년 대한항공은 델타항공으로부터 데이비드 그린버그를 비행안전 책임자로 영입하여 항공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방지책을 제시하였다. 그린버그는 대한항공의 항공기 추락사고의 주요 원인을 한국의 복잡한 경어체계와 수직적인 계급문화에서 찾았다. 그린버그는 “대한항공의 공용어는 영어다. 만약 대한항공의 조종사로 남고 싶다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세웠다. 영어에는 이러한 경어체계가 없고, 계급간에 권위가 낮다. 즉, 계급간의 권위에 대한 차이를 나타내는‘권력간격지수(Power Distance Index)’에 있어 한국은 최상위에 해당되고, 미국은 최하위에 해당된다.
기장과 부기장과의 관계는 서로 보완해서 항공기를 운행하여야 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조종사들은 기장과 부기장 간의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부기장은 기장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관계다. 더욱이 부기장의 사소한 실수에 대해 기장은 부기장의 손을 친다든지 하면서 훈계를 할 수 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또한 이러한 상하관계에 있어 복잡한 경어체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아주 낮춤(해라), 예사 낮춤(하게), 예사 높임(해요), 아주 높임(하십시오) 등이다. 이러한 경직된 상하관계, 경어체계의 언어사용에 있어, 부하가 상급자의 잘못을 바로 지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간접화법으로 상급자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상황을 전달한다.
대한항공은 그린버그 씨를 영입한 이후 사고가 거의 사라지면서 대내외적인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린버그 씨는 위에서 언급한 영어교육 강화와 아울러, 군 출신이 주류였던 조종사 인력에 민간출신의 비중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조종실 내의 문화를 개선했으며 기술적 용어와 소통절차 등을 표준화했다. 이러한 조직문화의 변경을 통해 대한항공은 유사한 항공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으며 타 항공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셋째, 2010. 4. 10. 폴란드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이 탑승한 항공기가 러시아의 한 공항에 안개가 심하게 낀 상태에서 무리하게 착륙하던 중 추락하여 97명이 숨졌다. 이 사건 직후, 폴란드 최대 일간지 가제타 비보르차는 대한항공 사례를 소개했다. “1990년대 말 대한항공은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면서 에어프랑스와 델타항공으로부터 제휴청산을 요구 받았다. 또한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안전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위기를 맞았으나 항공안전 컨설팅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해법은 '영어로 얘기하라'는 것이었다. 한국은 상사나 연장자에 대한 존경심이 강해 기장이 실수하더라도 부기장이 직언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어 대화를 통해 '언어의 덫'에 갇혀 있던 위계문화를 타파할 수 있었다.”
■ 호칭과 관련된 문화적 차이
한국에서는 호칭이 아주 중요하며 회사에서 호칭을 사용하며 말한다. 이에 반해 서양 사람들은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에 이름을 부르거나 성 앞에 ‘Mr/Mrs/Ms/Miss’를 사용한다. 단지 호칭은 책임자 여부를 표시할 뿐이고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다. 서양식 호칭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Mr / Mrs. 등으로 부르며, 서로 친밀하게 된 경우에는 나이나 계급에 상관없이 이름을 부른다. 한국에서는 호칭에 따라 신분을 표시하여 사용한다. 따라서 나이에 맞지 않는 낮은 호칭을 사용하게 되면, 모멸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영업부 직원들의 경우에는 실제 직급과 관계없이 업무상 필요에 따라 상위 직급을 사용하기도 한다.
■ 나이와 관련된 문화적 차이
서양 사람들은 서로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친구가 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친구들의 나이를 경험이 많은 것으로 인정하고 상황에 따라 연장자를 나이 많은 것에 대해 존경을 표시할 뿐, 친구가 되는데 나이가 별로 장애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직장문화에서는 자신이 연장자 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이가 적은 사람이 먼저 승진하여 나이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잘 따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서양 사람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 직책을 수행하는 능력을 보고 존경을 표시하고 따른다.
■ 행동에서 나타난 문화적 차이
한국에서 거주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것을 줄 때 한두 번 거절한 후 받는 것이 공손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것을 준다고 할 때, 당신이 그것을 원한다면 곧바로 받는다.
둘째, 한국에서 식사할 때 가정에서는 연장자가 먼저 식사를 할 때까지,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먼저 식사를 할 때까지 기다린다.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이러한 절차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셋째,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당신을 알고 있을 때, 아주 친절하게 대하고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당신을 모르고 있는 경우에는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이 당신의 존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서 서양인들은 당신과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서로 우호적으로 대한다. 예를 들어, 인사를 하고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
넷째,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또는 “예스, 예스, 예스” 를 남발해서 말하는 것에 대해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아주 무례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말로 이해했다”, “예, 곧바로 하겠습니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런데 영어 표현에서는 “오케이 입다무시오, 더 이상 당신 얘기를 듣지 않겠소”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다섯째, 한국인들은 부당하게 대우를 받았다든지, 상급자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상급자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서양인들은 보통 상급자에게 직접 얘기하고 따진다.
여섯째, 서양문화에서는 대학원의 지도교수와 전공분야에 대해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질문하고 자신의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지만, 한국문화에서는 지도교수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며, 일방적으로 듣고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곱째, 영어를 사용하여 호칭을 부를 때, 외국인의 이름 앞에 ‘Mr. Shown’ 또는 ‘Miss Jennifer 붙여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호칭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름 뒤에 ‘씨’를 붙여 ‘쇼온 씨’ ‘제니퍼 씨’ 로 사용할 수 있지만, 영어식 호칭은 반드시 가족 성 앞에 Mr/Miss를 붙여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Shown Brown 인 경우‘Mr. Brown’ 이고 ‘Jennifer Beal’은 ‘Miss Beal’ 또는 ‘Mrs. Beal’이 된다.”
출처 : 한국유학신문(https://www.studykore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