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학 박사이자 다양한 업종의 안전·보건 경영 컨설팅과 교육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월간 일정을 짤 때 가장 먼저 휴가 계획부터 세운다. 그다음에 업무 일정을 채워 넣는다.
그에 비해 휴가 계획은 언감생심인 사람도 있다. 제대로 된 쉼 없이 달려가는데, 그렇다고 엄청난 과업수행을 하는 것도 아니다. 개정 노동관계법령과 새로 나온 판결이나 행정해석, 노동 관련 뉴스도 쏟아져 나오고, HR컨설팅과 인사노무 관련 사건 수행 및 상담을 하다보면 일상에 빈틈이 별로 없다. 거기다 감정노동도 상당하다. 현실은 삐거덕거리는 몸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업무 속에서
“숨 쉬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놀랄 때도 있다. 필자 얘기다.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이 대표의 연간 목표와 월간 플랜을 우연히 보고, 일과 쉼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순서로 해야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지 알 것 같았다. 근로기준법도 근로와 휴식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하고, 주 1회 이상 유급휴일, 1년간 80% 이상 출근 시 15일의 연차유급휴가 부여 등이다. 특히 연차휴가는 수당으로 받기보다 실제 쉼에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연차사용촉진제도’까지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최근 손에 든 ‘타임어프’(부제 ‘이토록 멋진 휴식’)라는 책에서는 업무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일과 휴식’의 전환이 잘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첫 페이지에 소개된 세네카라는 고대 철학자는 “좋은 휴식 뒤에 도약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서 인생은 더 강하고 날카로워진다”고 말한다. “업무 계획을 세울 때 계획의 순서를 휴가부터 시작해서 그다음 업무를 짜야 멀리 갈 수 있다”는 이 대표의 말은 탁월한 성과를 위한 전략이었다.
참고로 그는 안전·보건 컨설팅 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일 뿐 아니라, 경기도 소재 대학에서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의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충분한 휴식이 만든 결과다.
장정화 J&L인사노무컨설팅 대표·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