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신문=박문배 노무사 편집위원]
봉준호 감독이 SF 영화를 만들었다. 내년 초 개봉될 “미키7”. 미국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극도의 위험한 일에 내몰려서 죽으면 다시 첨단기술로 부활시켜 계속 위험한 일을 반복해야 하는 미키의 인생이 우리 한국 노동자들의 고된 일상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미키는 원래 살던 행성에서 빚독촉에 쫒겨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면서 죽음이 무한반복되는 익스펜더블 역할을 자원한다.
사람들은 그런 익스펜더블을 실험실의 동물 보듯이 한다. 같은 인간이지만 다시 새롭게 살릴 수 있으니 실험동물처럼 죽여도 되고, 이런 것을 반복한다고 미키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 우주선에서 경찰 역할을 하는 경비대원들도 그에게 과거 범죄자였냐고, 강도질하다가 도망와서 아무도 하기싫어하는 이런 일을 한다고 여긴다. 이들은 미키의 반복되는 죽음에 대해서 익스펜더블에게는 잠시 고통을 겪는 것일 뿐이니 대수롭지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냥 한번 죽었다가 살아나면 되는거 아니냐고. 그런 말을 하는 동료에게 미키는 서류파쇄기에 당신 손을 넣어보라고 한다. 뼈가 다 부러져도 새로운 의수로 교체하면 되니 잠시의 고통은 견딜 수 있을거라고.
우연한 실수로 공격적인 외계생명체가 사는 깊은 동굴에 떨어진 미키7이 이미 죽었다 여겨 미키8을 만들어지고, 외계생명체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기지에 돌아온 미키7은 자기 방에 누워있는 갓태어난 미키8과 만난다. 익스펜더블의 중복은 허용되지 않기에 하나는 죽어야 하는 갈등상황에 놓인다. 둘 중에 하나가 도망다니면서 하나인 척해야 하고, 멸시와 학대를 받는다. 그러다가 미키의 유일한 희망인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을 나누다가 결국 둘이라는 것이 발각되지만 여자는 그런 미키를 모두 이해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악덕 사업주 역할을 하는 사령관은 두 미키에게 반물질 폭탄을 등에 매고 가서 터뜨려 외계생명체를 전부를 몰살시키고 자살하라고 시킨다. 미키는 폭탄을 터뜨리는 대신 외계생명체에게 폭탄을 넘겨주고 기지와 돌아와 자신을 다시 죽이면 외계생명체들은 유일한 협상 대상자가 죽었으니 그 폭탄을 터뜨려 인간 기지를 모두 파괴할거라고 겁을 줘서 결국 사령관은 미키를 더 이상 죽이지못한다. 미키는 이제 계속 위험한 일로 죽음이 반복되는 익스펜더블 역할을 끝내고 사랑하는 여자와 행복하게 다른 인간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게 된다는 해피엔딩으로 소설은 끝난다.
우리 노동자들의 삶도 미키처럼 협상을 통해 안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아리셀의 노동자들이 우리는 이런 위험한 일을 하지 않겠다고 협상해서 평범한 사람들과 같이 안전하게 일했다면 23명은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아리셀의 직원도 아니었다. 사용자가 파견법을 지켜 이들이 용역업체 메이셀 소속이 아니라 아리셀의 정규직이었다면, 파견법을 지키도록 관리감독하는 노동부가 근로감독관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음에도 용역회사로 직원들을 맘대로 데려다 쓰는 수많은 아리셀 같은 회사들에게 파견법 제5조 위반을 이유로 3년 이하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조치를 가끔이라도 했었다면, 이들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근로자는 2천2백만명, 그 중 정규직은 63% 1천4백만명이고 비정규직은 37% 8백만명이다. 아리셀의 죽은 인스펜더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고 위험한 일에 내몰리는 불법파견 사내하청 용역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정부통계에 의하면 정규직에 포함되어 있다. 왜냐하면 익스펜더블처럼 위험한 일에 내몰리지만 이들도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한 용역회사에 소속되어 최저임금을 받는 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장에는 이렇듯 매일 죽고 매일 살아하는 수많은 정규직 익스펜더블들이 있다.
미키의 애인 나샤와 같이 익스펜더블을 끝까지 사랑해주는 그래서 미키가 용기를 내서 협상에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연인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