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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백 노무사 : 원칙과 현실 사이, 실타래를 풀다 (4)
  • 소청백노무사 편집위원
  • 등록 2025-12-06 1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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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구내식당 조리∙배식 업무 근로자의 파견근로자성 판단 -

타이어 제조업체 갑의 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 업무를 수행한 원고(근로자)들이 사내협력업체에 형식상 고용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갑 회사에 파견되어 근로를 제공한 파견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갑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및 임금,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대법원 2025.9.26. 선고 2022다276369판결)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대법원 판결은 금번에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을 일관되게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계약의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 사업주의 실질적인 지휘·명령 여부와 근로자가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를 포함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였습니다. 그 결과, 원심과 달리 근로자파견 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원심(광주고등법원 2022.8.17 선고 2020나23836)에서는 그 동안의 대법원 판례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과 다르게 조식∙배식 업무를 담당한 원고(근로자)들이 갑 회사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왜 이렇게 상반된 판결내용이 나왔는지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지고 원심과 상고심 판결내용을 비교분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지휘·명령의 성격

원심은 갑 회사의 영양사가 작성한 식단표, 조리 방법이 담긴 작업지시서 등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원고(근로자))들의 업무 수행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영양사가 조리·배식 과정에 참여하여 간단한 지시를 한 것을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으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작업지시서 등의 주된 내용은 재료의 종류와 비율 등 '도급인으로서의 주문’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작업의 방식, 요령, 순서, 동선 등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영양사의 요청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였는지 입증이 부족하며, 근태관리나 인사평가에 개입한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나. 사업의 실질적 편입

원심은 구내식당 운영이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업무이며, 갑 회사 영양사의 식단 결정 업무와 원고(근로자)들의 조리 업무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원고(근로자)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고(근로자)들의 조리·배식 업무는 피고의 본업인 타이어 제조·생산과 명백히 구별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갑 회사 소속 영양사와 협력업체 조리원은 업무가 구분되어 있어 서로의 업무를 대체하거나 혼재하여 근무하는(하나의 작업집단) 관계가 아니므로 실질적 편입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 사내협력업체의 독립성

원심은 도급비가 주로 인건비 성격이고, 협력업체가 근로조건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보아 사내협력업체의 독립성을 부정했습니다.

대법원은 대금이 '식사 인원' 기준으로 지급되어 단순 노무 도급과 다르며,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노사협의회를 통해 근무시간, 근무조 편성 등을 결정한 사정을 들어 협력업체의 인사노무관리 독립성을 인정했습니다.

 

라. 재판상 자백의 성립 여부

원심은 갑 회사의 대리인이 "원고(근로자) 주장이 맞다면 액수는 인정한다"고 진술한 것을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에 대한 자백으로 보아 원고(근로자)의 청구 금액을 인용했습니다.

대법원은 재판상 자백은 상대방의 사실에 관한 주장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법률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견진술은 재판상 자백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향후 사업장의 구내식당에서 조식∙배식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파견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본 사건과는 달리 다음과 같은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증거 및 평가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입증 서류(온라인, 오프라인 불문)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가. 단순 주문이 아니라 구체적 지시가 있다면 다릅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문서가 단순한 '메뉴표(주문서)'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작업 순서, 조리 요령, 도구 사용법, 동선 배치도까지 포함된 '작업표준서'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현장에서 회사 관리자가 수시로 작업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수정 지시가 있어야 합니다.

 

나. 업무와 인력이 혼재되면 다릅니다

회사 근로자(영양사 등)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공간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결합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바쁠 때 서로의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거나(대체성), 조리 업무와 배식 업무를 구분 없이 섞어서 수행하며 갑 회사의 직접적인 감독 하에 공동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다. 근태 및 인사권의 종속되면 다릅니다

협력업체 관리자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회사가 근로자의 출퇴근 시간, 휴가 사용 승인, 조퇴, 연장근로 여부를 직접 결정해야 합니다. 회사의 생산 계획 변경에 따라 협력업체 근로자의 투입 인원과 시간이 즉각적이고 수동적으로 조절되는 구조여야 합니다.

 

라. 도급비 산정 방식이 다르면 다릅니다

도급비가 완성된 결과물(식사 인원 수 등)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투입된 근로자 수와 근로 시간에 비례하여 산정되도록 계약 구조가 짜여 있어야 합니다. 이는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이윤을 창출할 위험과 권한이 없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마. 협력업체의 실체가 없거나 약하다면 다릅니다

협력업체가 고유한 기술, 장비,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아 갑 회사의 설비 없이는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야 합니다. 즉, 협력업체의 독자적인 기업 조직으로서의 실체가 없거나 약하고, 단순히 인력을 공급하는 '노무 대행 기관'이어야 합니다.

 

바. 업무의 전문성이 없다면 다릅니다

협력업체 근로자의 업무가 갑 회사 업무와 명백히 구별되는 전문적인 업무가 아니라, 누구나 대체 가능한 단순 반복 업무임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회사의 전체 공정 흐름에 필수불가결하게 통합되어 있거나, 회사의 정규직과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야 합니다.

 

종합하면, 사업장의 구내식당에서 조식∙배식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파견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선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과 조직적으로 '혼재'가 되었음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쉽게 설명을 한다면, 회사(영양사 등)가 '주방을 진두지휘하는 총괄 셰프'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총괄 셰프가 "지금 양파를 썰고, 3분 뒤에 면을 삶아라"라고 구체적으로 명령하고, 사내협력업체 조리사의 휴식 시간까지 통제한다면 이는 도급이 아니라 파견 근로관계로서 파견근로자성이 인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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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淸白 안성준 공인노무사 (ahn_laborlaw@naver.com)

AHN pursues Simplicity, upholds Integrity and acts with Fair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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