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백 노무사 - 원칙과 현실 사이, 실타래를 풀어가는 인사노무 (2)
– 일반임원(비등기임원)은 근로자가 아니다. 책임경영의 주체로 서야 한다 -
현행 근로자성 판단기준의 경직성이 낳는 모순 : 크림 스키밍 논란
대기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관찰하거나 노동사건 자료에서 살펴본 일반임원(비등기임원)의 근로자성 판단 문제는 임원 본인의 입장도 있지만 이러한 논란을 지켜보는 일반직원(근로자)의 입장에서도 만감이 교차합니다.
현행 대법원 판례에 기반한 근로자성 판단기준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합니다. 사용자로부터의 지휘·감독 여부, 근무 시간·장소의 구속 여부, 보수의 근로 대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문제는 이 기준이 현대 기업의 복잡다단한 현실, 특히 임원급의 지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실적으로 대다수 기업의 일반임원은, 아무리 높은 급여와 권한을 가졌더라도 최종적인 경영 목표와 전략 방향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진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성과와 목표 달성을 위한 '협의'나 '방향 설정'을 '구체적 지휘·감독'으로 해석하는 순간, 상당수의 고액 연봉 임원이 근로자로 둔갑하게 됩니다.
이는 조직의 질서를 훼손하는 심각한 모순을 낳습니다. 일반임원은 일반직원(근로자)에 대해 인사권, 평가권,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 일반직원(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훨씬 상회하는 고액의 보수, 경영 성과급, 가중 퇴직금, 각종 복지 혜택을 누립니다. 그들은 기업 내부에서 이미 '경영진'의 일원으로 대우받으며 책임과 권한을 행사합니다.
그런데 정작 해고 등 불이익이 발생하면,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거나 '상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았다'는 지극히 형식적인 논리를 내세워 근로자 지위를 주장하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일반직원(근로자)들이 볼 때, 회사로부터 모든 특혜(Cream)는 누리다가 불리해지면 근로자로서의 보호(Skimming)만을 취하려는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성실하게 일하는 일반직원(근로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임원에게 책임 경영을 기대하는 기업의 건전한 인사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기업의 역동성 외면 : 중간 지대(Gray Zone) 일반임원의 특성
현행 근로자성 판단기준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기업 규모, 업종 특성, 업무 방식 등 현대 경영 환경의 역동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임원(비등기임원)은 법적으로 등기임원과 같은 위임 관계도 아니고, 일반직원(근로자)과 같은 사용종속 관계도 아닌 중간 지대(Gray Zone)에 위치합니다.
특히 IT기업이나 스타트업 처럼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가 강조되는 곳에서는 일반임원(비등기임원)은 물론 등기임원이라고 할지라도 목표 달성을 위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고 성과 보고를 주기적으로 해야 합니다. 반대로 일반직원(근로자)인 경우에도 업무 전문성과 업무 특성을 반영하여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일반임원(비등기임원)이 받는 '지휘·감독'은 근로기준법이 전제하는 노무종속적인 성격이라기보다는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적·결과 중심적 통제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일반직원(근로자)의 지휘·감독]
업무의 방법, 과정, 시간 등에 대한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지시와 통제.
[일반임원(비등기임원의 지휘·감독)
경영 목표, 전략, 성과에 대한 지시와 책임을 묻는 통제.
기업은 성장 사이클(창업기, 발전기, 성숙기, 쇠퇴기)에 따라 임원에게 부여하는 역할과 책임이 달라집니다. 특히 위임의 성격이 강한 고액 연봉의 일반임원에게까지 근로자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기업이 고위험-고성과라는 유연하고도 책임 있는 인사관리를 펼치기 어렵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충분한 보상과 권한을 부여하고도, 나중에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 때문에 임원급의 책임 경영을 위축시키게 됩니다.
유기적·역동적 판단기준의 재정립과 기업의 자구 노력 필요
이제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일반임원의 지위를 결정함에 있어, 기존의 획일적인 종속성 판단 기준을 넘어선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판단 기준을 적용해야 할 시점입니다.
권한과 책임의 실질성 : 일반직원(근로자)에 대한 인사권, 예산 집행권, 조직 개편권 등 경영진으로서의 권한을 실제로 행사했는지 여부와 그 범위를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로 삼아야 합니다.
보수의 근거 및 성격 : 일반직원(근로자)의 평균 임금 대비 급여 수준은 물론, 그 보수의 상당 부분이 경영 성과급, 주식 보상(스톡옵션 등) 등 경영 결과에 연동된 것인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이는 보수가 노동의 대가인지 경영 성과의 배분인지를 구분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계약 당사자의 의사 및 신분적 특성 :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고용계약(Executive Contract) 등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여 상호 간 '경영진'의 지위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당사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나아가, 기업 역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일반임원에 대해서는 일반직원(근로자)과 명확히 구분되는 업무 영역(전략 수립, 조직 관리 등), 업무 방식(출퇴근 통제 최소화), 보상 및 평가 시스템(KPI 중심의 성과 계약)을 규정하고, 이를 '임원 관리 규정' 등을 통해 명문화해야 합니다.
단지 형식적인 규정 변경을 넘어, 임원에게 부여된 권한과 책임에 상응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임원 스스로가 '근로자'가 아닌 '책임 있는 경영의 주체'임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해야 합니다.
일반임원(비등기임원)은 경영진과 근로자의 경계선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당당히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책임을 질 것은 책임을 지는 진정한 책임 경영의 주체로 설 때, 기업은 역동적인 성장을 이루고, 노동법은 현실에 부합하는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素淸白 안성준 공인노무사 (ahn_busin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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